Monday, January 23, 2012

Book Summary "유배지에서 온 편지" - 정약용

"유배지에서 온 편지" - 정약용

두 아들에게 부치노라 2 - 이하 강진에서 귀양 살면서 쓰다. 1802년 12월 22일

오직 독서만이 살아나갈 길이다
 이 세상에 있는 사물 중에는 자연상태로 존재하여 좋은 것이 있는데 이런 것은 오히려 기이하다고 떠들썩하게 말할 필요가 없다. 다만 파손되거나 찢어진 것을 가지고 어루만지고 다듬어 완전하게 만들어야만 그 공덕을 바야흐로 찬탄할 수 있듯이 죽을병이 걸린 사람을 치료해서 살ㄹ여야 훌륭한 의원이라고 부르고 위태로운 성을 구해내야 장수라 일컫는다.
(중략)
폐족으로서 잘 처신하는 방법은 오직 독서하는 한 가지밖에 없다. 독서라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깨끗한 일일 뿐만 아니라 호사스런 집안 자제들에게만 그 맛을 알도록 하는 것도 아니고 또 촌구석 수재들이 그 심오함을 넘겨다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략)
 그네들이 책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뜻도 의미도 모르면서 그냥 책만 읽는다고 해서 독서를 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략)
 독서를 하려면 반드시 먼저 근본을 확립해야 한다. 근본이란 무엇을 일컬음인가. 확문에 뜻을 두지 않으면 독서를 할 수 없으며, 학문에 뜻을 둔다고 했을 때는 반드시 먼저 근본을 확립해야 한다. 근본이란 무엇을 일컬음인가, 오직 효제(효제)가 그것이다. 먼저 반드시 효제를 힘써 실천함으로 근본을 확립해야 하고, 근본이 확립되고 나면 학문은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들고 넉넉해진다. 학문이 이미 몸에 배어들고 넉넉해지면 특별히 순서에 따른 독서의 단계를 강구하지 않아도 괜찮다.

세상을 구했던 책을 읽어라
 반드시 처음에는 경학(경학) 공부를 하며 밑바탕을 다진 후에 옛날의 역사책을 섭렵하여 옛 정치의 득실과 잘 다스려진 이유와 어지러웠던 이유 등의 근원을캐볼 뿐 아니라 또 모름지기 실용의 학문, 즉 실학(실학)에 마음을 두고 옛사람들이 다스리는 세상을 구했던 글들을 즐겨 읽도록 해야 한다. 마음에 항상 만백성에게 혜택을 주어야겠다는 생각과 만물을 자라게 해야겠다는 뜻을 가진 뒤라야만 바야흐로 참다운 독서를 한 군자라 할 수 있다.

아비에게 효도하는 길
 어버이를 섬기는 일은 그 뜻을 거역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중략)
 네가 한번 생각해보아라. 부엌에 들어간들 무엇이 그리 손해가 되겠는가? 다만 잠깐 연기를 쏘일 뿐이다. 그런데 연기 좀 쏘이고 시어머니의 환심을 얻으면 효부가 되고 법도 있는 집안도 만드니 효도하고 지혜로운 일이 아니겠는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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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에서 제일 신중해야 할 일은 항목을 세워 분류하는 일이라 한다.  저서에서 가장 신중해야 할 일은 조례(조례)인데 이토록 뒤죽박죽 해놓아선 안된다.

 성의 공부는 모름지기 먼저 거짓말하지 않는 일부터 노력해야 한다. 한마디 거짓말하는 것을 마치 세상에서 가장 악하고 큰 죄가 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니 이것이 성의 공부로 들어가는 최초의 길목임을 명심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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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에 있는 모든 시는 충신 효자 열녀 진실한 벗들의 간절하고 진실한 마음의 발로로서,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는 내용이 아니면 그런 시는 시가 아니며,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을 분개하는 내용이 아니면시가 될 수 없는 것이며, 아름다움을 아름답다 하고 미운 것을 밉다 하며 선을 권장하고 악을 징계하는 그러한 뜻이 세워져 있지 아니하고 학문을 설익고 삶의 대도를 아직 배우지 못하고 위정를 도와 민중에게 혜택을 주려는 마음가짐을 지니지 못한 사람은 시를 지을 수가 없는 것이니, 너도 그 점에 힘쓰기 바란다.

두 아들에게 부치노라 5

 남의 도움을 바라지 말고 도와주라
너희들은 편지에 항상 버릇철머 말하기를 일가친척 중에 한 사람도 긍휼히 여겨 돌보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개탄하였고, 더러는 험난한 물길 같다느니, 꼬불꼬불 길고 긴 험악한 길을 살아간다고 한탄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 하늘을 원망하고 사람을 미워하는 말투니 큰 병통이다.
(중략)
 여러 날 밥을 꿇이지 못하고 있는 집이 있을 텐데 너희는 살되라도 퍼다가 꿂주림을 면하게 해주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중략)
 이런 몇 가지 일도 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다른 집에서 너희들이 위급할 때 깜짝 놀라 허겁지겁 쫓아올 것이며, 너희들이 곤경에 처했을 때 달려올 것을 바라겠느냐? 남이 어려울 때 자기는 은혜를 베풀지 않으면서 남이 먼저 은혜를 베풀어주기만 바라는 것은 너희들이 지닌 그 오기 근성이 없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큰 아버지 섬기기를 아버지처럼
 내 몸과 마음을 다해 남을 대할 줄도 모르고, 남이 먼저 자기에게 도움을 주기를 바라고, 가정에서 해야 할 처신도 잘 익히지 못했으면서 이웃살마들의 칭찬이나 바라고 있으니 될 법이나 한 일이냐.

 과일 채소 약초를 재배하도록
 절약하고 본농사에 힘쓰면서 부업으로 아름다운 결실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이 남새밭 가꾸는 일이다.

 다산이 유배지에서 아들과 제자들에게 보낸 이 편지글에는 자상하고 간곡한 아버지와 스승의 정이 넘치면서도, 그 밑바닥에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뜨거운 의지가 용솟음치고 있다. 다산이서한으로 전한 말들은 바로 이백년이 지난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다. 신경림 시인.

 다산 정약용 선생은 민족 최대의 학자이자 시상가이며 탁월한 시인이다. 18년 동안의 유배생활에서 그가 쓴 이 서한들에는 구구절절 자상하고도 엄한 가르침과 절실한 마음이 담겨 있어 우리의 심금을 울리며 한 위대한 인간의 갈등이 느껴져 온다. 참다운 스승을 만나기 어려운 오늘, 우리에게 더없이 소중한 꺠우침이 될 것이다. 임형택 성균관대 교수


 두 아들에게 부치노라(7) - 1803년 정월 초하루
폐족도 성인이나 문장가가 될 수 있다.
 새해가 밝았구나. 군자는 새해를 맞으면서 반드시 그 마음가짐이나 행동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나는 소시적에 새해를 맞을 때마다 꼭 일년 동안 공부할 과정을 미리 계획해 보았다. 예를들면 무슨 책을 읽고 어떤 글을 뽑아 적어야겠다는 식으로 작정을 해놓고 꼭 그렇게 실천하곤 했다. 때론 몇 개월 못 가서 사고가 발생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아무튼 좋은 일을 행하고자 했던 생각이나 발전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지지 않아 도움이 되었다.
 폐족에서 재주 있는 걸출한 선비가 많이 나오는 것은, 하늘이 재주 있는 사람을 폐족에서 태어나게 하여 그 집안에 보탬이 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부귀영화를 얻으려는 마음이 근본 정신을 가리지 않아 깨끗한 마음으로 독서하고 궁리하여 진면목과 바른 뼈대를 얻을 수 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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