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형 큐티의 중요성과 사례분석
제자훈련에서 D형 큐티의 중요성과 D형 큐티 사례분석 소개- 김철우목사
제자훈련에서 큐티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크다. 제자훈련의 목적이 인격과 삶의 변화와 성숙이라면 큐티는 그것을 이루는 가장 강력한 수단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훈련생들이 큐티를 어려워하는데 있다. 왜 큐티를 어려워하는가?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성경 자체를 어려워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성경은 어렵고도 쉬운 책이다. 성경은 신학자들이나 목회자에게만 주신 책이 아니다. 모든 성도들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다. 성경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순종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읽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책이다.
사사기 13장에 보면, 삼손의 아버지 마노아에게 여호와의 사자가 찾아와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마노아가 여호와의 사자에게 이름을 묻는데 자신을 ‘기묘자(beyond understanding)’라고 소개한다. 인간의 이해를 넘어선 기묘자가 마노아에게 인간의 모습으로 찾아와 대화하고 있다. 성경은 이런 책이다. 우리와 대화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과의 대화의 창구인 것이다. 큐티란 내가 말씀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말씀 앞에 조용히 내 삶을 내려놓으면 말씀이 나와 내 삶을 조명하고 해석해 주는 것이다.
큐티는 개인적이고도 주관적인 묵상의 산물이다. 이것은 큐티의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D형 큐티’이다. D형 큐티는 귀납적 성경묵상이라고 할 수 있다. 큐티다운 큐티를 하되 객관적인 관찰과 연구를 통해 주관적 해석이나 잘못된 묵상을 최소화하고, 귀납적인 과정을 거쳐 결단과 적용에 이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큐티를 처음 시작할 때 D형으로 배우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제자훈련과 사역훈련을 받으면서 최소한 60개 정도의 중요한 성경 본문을 D형 큐티로 다루어 본다면 성경의 뼈대를 세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올바른 큐티도 배우게 될 것이다. 또한 D형 큐티를 통해 귀납적인 성경묵상의 방법을 체득하게 되어 귀납적으로 진행되는 제자훈련의 적응력을 높이는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D형 큐티를 어떻게 할 것인가? 아래에 제시된 몇 가지의 실제적인 예문을 통해 구체적인 도움을 받아보자.
1. 내용관찰
예문 1) 창 39:1~6 애굽 사람 보디발이 이스마엘 사람들 손에서 요셉을 샀다.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 하시므로 형통케 되자, 보디발이 그를 가정총무로 삼고 자기 소유를 다 요셉에게 맡겼다. 여호와께서 요셉을 위하여 보디발의 집에 복을 내리시므로 주인이 그 소유를 모두 맡기고 음식 외에는 간섭하지 않았다.
본문의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깔끔하게 정리된 면이 돋보인다. 이처럼 짧고 잘 아는 본문이면 내용관찰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잘 아는 본문일 경우 선입견으로 대충 관찰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예문 2) 막 5:25~34 이 사건은 회당장 야이로의 딸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는 길에 일어난 일이다. 열두 해 동안 혈루증을 앓던 한 여인이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병을 낫고자 하여 무리 속에 섞여 몰래 예수님의 옷자락에 손을 대어 낫게 되었다. 그런데 예수님이 이것을 아시고 그 여인을 찾았고 그녀에게 네 믿음이 구원 받았으며 병이 나았음을 알게 하셨다.
사건이 일어나는 시점이 어느 때인지를 전문맥을 통해 파악한 것이 좋다. 본문을 육하원칙에 의해 핵심내용으로 잘 요약했다. 긴 본문을 짧게 줄여보는 연습을 통해 관찰실력을 키울 수 있다. 자기의 말로 한 두 문장으로 내용을 요약해보고, 제목을 붙여보는 것도 관찰을 잘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큐티를 잘하는 사람은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다. 관찰은 본문을 읽는 것으로 출발한다. 적어도 ‘세 번’은 읽어야 한다. ‘소리내어 읽고, 눈과 마음으로 읽고, 손으로 읽어야 한다.’ 손으로 읽는다는 것은 펜으로 표시를 하면서 읽는 것을 말한다. 특히 등장인물, 시간, 장소 등을 염두에 두고, 인칭대명사나 접속사를 잘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전후문맥을 함께 읽어주는 센스도 필요하다. 관찰을 잘하려면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을 보지 말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보려는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그런 후에 육하원칙으로 정리해보자.
2. 연구와 묵상
예문 1) 창 39:1~6
(1) 요셉을 영향력 있는 시위대장 보디발의 집에 팔리게 함으로써 만남을 인도하시고 주관하시는 하나님
(2) 하나님이 요셉과 함께 하심으로 보잘 것 없는 종의 신분에도 불구하고 형통케 하시는 하나님을 주변 사람들에게 증거하게 함
(3)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믿고 최선과 노력을 다하여 주인의 신임을 얻는 요셉
(4) 가장 낮고 천하고 악한 자를 높이시고 강하게 하시며 귀하게 쓰시는 권세를 갖고 계시는 하나님
(5) 영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치는 만남은 영적인 복만이 아니라 육적인 복도 누릴 수 있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6) 요셉은 하나님을 욕되게 하지 않으려고 자신의 처지와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성실한 자세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켰다.
본문 속에서 몇 가지 교훈과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잘 찾아내었다. 그러나 이런 형식의 연구와 묵상은 생소하고 어려운 본문이거나 하나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는 본문일 경우 힘들 가능성이 많다. 이런 경우는 연구와 묵상의 형식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위의 본문을 보고 ‘정말 하나님이 함께 하시면 형통할까? 그러면 욥의 고난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가정 총무란 당시 어떠한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말하는가? 과연 형통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 하나님께서 요셉에게 주시는 복은 어떠한 복이었을까?’ 등. 이렇게 본문을 보면서 궁금한 것,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것들을 짚고 넘어갈 수 있다.
예문 2) 막 5:25~34
(1) 여인의 상태는?–12년간 혈루증을 앓았고, 많은 의원에게 괴로움을 당했으며, 치료를 위해 재산도 다 허비했지만 낫기는커녕 도리어 더 심해진 상태. 절망적이고 그 어떤 것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2) 그녀는 예수의 어떤 소문을 들었을까?–예수님이 거라사 지방에서 군대 귀신 들린 자를 고치셨다는 소문이 퍼졌을 것이다. 그 소문에 그녀는 귀가 번쩍 뜨였을 것이다. 그런 능력이 있는 분이라면 의사들이 못 고친 자신의 불치병이 틀림없이 고쳐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였을 것이다.
(3) 왜 그녀는 예수님의 옷에 손을 대었을까?–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볼까봐 얼굴을 천으로 가렸을지도 모른다. 밀리는 군중 속에 섞여서 예수님 가까이에 가보려고 얼마나 안간힘을 썼을까? 그의 옷자락만 만질 수 있다면 하는 절실한 심정으로 밀리는 군중 틈에서 여러 번 손을 허우적거렸을 것이다. 남들이 말하는 부정한 병으로 손가락질 받으며 제대로 외출도 못했을 것이기에 예수님 앞에 나아가기란 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비록 떳떳하게 나서지는 못해도 예수님의 옷자락이라도 만질 수 있다면 자신의 병이 꼭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의문점들에 대한 질문을 통해 훌륭한 연구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여인과 예수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있다. 그리고 연구의 소재는 인물, 사건, 장소, 시기, 배경, 어려운 단어 등 여러 가지로 삼을 수 있다.
연구를 효과적으로 잘하려면 좋은 질문들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본문 속에서 객관적인 답을 찾는 것이 연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어려운 단어나 지명을 사전이나 주석을 통해 찾아보는 것도 좋지만, 그것들의 도움을 받기 전에 문맥 속에서 단어의 의미를 찾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다. 좋은 D형 큐티는 스스로 연구한 흔적이 있는 것이다. 묵상은 연구를 통해 얻은 객관적인 사실을 주관적인 것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당시의 상황, 표현되지 않은 부분들에 대한 상상, 그 사건들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느낌이나 생각 등을 그들의 입장에서 묵상해 보는 것이다. 즉 ‘행간을 읽으라, 거룩한 상상력을 동원하라’는 주문을 하고 싶다. 묵상과 느낀 점의 경계선이 모호할 때가 많은데, 한마디로 규정하자면 ‘그(He)’와 ‘나(I)’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3. 느낀 점
예문 1) 창 39:1~6 삶에 있어서 만남이란 참으로 소중한 생각이 든다. 하나님과 나와의 만남이 내 삶의 물꼬를 바꾸어 놓았듯이, 삶에서 영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면 그것은 우리를 형통케 하시는 가장 큰 복일 것 같다. 하나님은 또한 그 만남을 통해서 우리의 삶에 역사하시고 함께 하시는 것 같다. 우리가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를 원한다면 우리 역시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요셉과 같이 삶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어떠한 환경에서도 깨어 있고 준비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하나님의 때에 나를 쓰실 것이라는 소망을 가져본다.
내게 주어진 상황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작은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기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항상 깨어 기도하고 하나님만을 바라보고 사모하는 성숙한 신앙인이 되어야 함을 또 한번 절감한다.
‘나’와 ‘우리’라는 표현이 중복적으로 쓰였는데 ‘나’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요셉의 경우라면 어떻게 했을까?’도 생각해 보고, 나의 처지와 요셉의 처지를 구체적으로 비교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만약 연구와 묵상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면 자연스럽게 느낀 점으로 연결되었을 것이다.
예문 2) 막 5:25~34 이 여인의 믿음과 용기는 대단히 본받을 만하다. 그녀는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예수님께 나아왔을 것이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주님 앞에서 자신을 고백했으며, 주님은 용납하고 받아 주셨으며 구원을 허락하셨다. 주님 앞에 나아옴으로, 옷자락에 손을 대는 그 믿음으로 여인은 혈루증의 근원이 깨끗이 말라버렸다.
예수님은 그런 분이시다. 나의 붉은 죄악들을 흰 눈보다 더 희게 하신다. 사람들조차도 부정하다고 가까이 하려 들지 않는 자에게도 관심을 가지시고 사랑을 베푸셨다.
나한테 무슨 의로운 구석이 있어서 당신을 알게 하셨단 말인가! 주님의 사랑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그 여인에게 일어난 사건이 마치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인양 동질감 내지는 일체감을 가지고 있다. 느낀 점은 이렇게 말씀의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 보는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자면 나의 혈루증은 무엇인지도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느낀 점은 ‘나찾기’ 혹은 ‘말씀의 거울에 나 비추기’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면? 내가 요셉이 되어 보고, 혈루증 여인이 되어 보는 것이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느껴 보는 것이다. 자기 성찰이나 깨달음도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4. 결단과 적용
예문 1) 창 39:1~6 제자반 집사님들과의 만남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귀하게 생각하며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섬기는 자세를 가져야겠다.
보디발의 집이 이방인의 집이었음을 생각하면 제자반 보다는 직장이나 믿지 않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적용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소중히 여기고, 섬기는 자세를 가져야 겠다’ 등의 표현은 구체적이지 않다. 만약 섬기겠다는 적용을 하셨다면 무엇을 어떻게 섬겨야 할 것인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적용하면 좋겠다.
예문 2) 막 5:25~34 혈루증 앓는 여인이 간절히 주님을 만나고자 나아갔던 것처럼 나도 있는 모습 그대로 주님 앞에 나아가야겠다. 죄성으로, 나약함으로, 불결함으로, 교만함으로, 게으름으로, 나태함으로 얼룩진 나의 모습 그대로를 외면하지 않으시는 주님께로 나아갈 것이다. 조금씩 더 나아지는 모습으로….
어떤 시간에 주님께로 나아갈 것인지 좀 더 구체적이면 좋겠다. 주님이 아니면 고칠 수 없는 나의 혈루병은 무엇인가를 구체적으로 적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
결단도 좋은 적용이 될 수 있다. 마음의 각오나 회개 등, 태도와 성품을 바꾸기로 하는 것도 적용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면 더할 수 없이 좋겠지만 매일 그런 적용을 하기란 쉽지 않다. 적용은 ‘말씀이 내 사건을 해석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경험과 세상의 기준으로 바라보았던 나와 내 인생과 세상을 말씀의 기준으로 새롭게 바라보는 것이다. 즉 내 인생의 가치관이 바뀌는 것이다.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내가 끼고 있던 세상 안경을 벗어던지고, 말씀의 안경을 껴보자.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이것이 가장 놀라운 큐티의 능력이자 결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월간 디사이플 2007년 1월호에 실렸던 원고입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