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경쟁력 - 내가 보낸 e-메일, 스팸 안 되려면 제목이 중요. 파일 첨부 땐 본문 짧게
e-메일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업무 중에도 수시로 메일함을 들여다본다. 직장의 업무 전달뿐 아니라 개인 간의 연락을 대부분 e-메일로 하기 때문이다. e-메일은 정확하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고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어 참으로 편리하고 유용한 수단이다. 편지 글이라는 형식을 띠고 있어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다가온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받는 사람도 원하는 시간에 읽을 수 있어 메일을 선호한다. e-메일은 홍보·고객관리 등 비즈니스에도 활용된다. e-메일의 중요성과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이를 잘 작성해야 할 필요성도 늘고 있다.
배상복 기자
자동차 판매원을 하는 김모(37)씨는 고객들에게 e-메일을 작성해 보내는 것이 업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기존 고객을 관리하고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데 e-메일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계절별 차량 관리에서 신차 소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전한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나름대로 감성을 실어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과거엔 전화 통화나 직접 방문으로 고객을 관리해 왔다. 퇴근 후 술자리도 고객관리의 주요 수단이었다. 그러나 김씨처럼 지금은 e-메일이 고객에게 다가가는 주요 수단이 됐다. e-메일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다면 영업활동에 상당한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반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e-메일을 올바르게 작성해 원활하게 유통시키지 못한다면 업무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
하지만 김씨와 같이 e-메일을 작성해 보낸다고 해서 상대가 항상 열어 보는 것은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통의 메일을 받기 때문에 제목을 보고 선택적으로 읽게 된다. 대부분 메일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읽는다 해도 대충 보기 때문에 웬만한 내용이 아니고서는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읽히는 e-메일,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는 e-메일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1.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제목이어야
오랜만에 만난 후배에게서 얼마 전 결혼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왜 연락도 없이 결혼을 했느냐고 했더니 메일을 보냈는데 보지 못했느냐고 되묻는 것이었다. 신세대답게 청첩장 대신 e-메일을 보냈지만 내가 보지 못한 것이다. 아마도 쓰레기(스팸) 메일로 생각하고 읽지 않은 모양이다.
하루하루 쏟아져 들어오는 엄청난 양의 e-메일 가운데 이처럼 꼭 필요한 것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제목을 보고 선택적으로 읽어야 하지만 요즘은 진짜인 것처럼 제목을 교묘하게 위장해 속기 십상이다. 자칫하면 중요한 내용도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 버려질 수 있다.
꼭 읽어 봐야 할 내용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선 상대방이 메일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제목을 달아야 한다. 즉 용건과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제목을 붙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무슨 목적으로 보냈는지 상대가 한눈에 알 수 있게끔 제목을 달아야 한다.
제목을 잘 붙였다 하더라도 제목란에 다 들어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뒷부분이 잘려 나가 상대방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짧게 제목을 작성해야 한다. 뒷부분이 보이지 않는 것을 예상해 핵심 단어나 내용은 제목의 앞부분에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인적인 메일이라면 제목에 자신의 이름을 명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 경우에도 자신의 이름 부분이 잘려 나가지 않게끔 적당한 길이로 작성해야 한다. '홍길동-강의와 관련한 건' 하는 식으로 가능하면 자신의 이름을 제목 앞쪽에 배치하는 것이 좋다.
2. 간결하고 쉽게 써야 한다
길게 쓰면 그만큼 상대방의 시간을 빼앗게 되므로 용건만 간단하게 적는 것이 좋다. 일반 문서와 달리 인터넷상에서 쓰는 메일은 공식적인 면이 약해 불필요하게 말이 늘어지거나 장황해지기 쉬우므로 가능하면 짧게 써야 한다. 길게 늘어놓으면 지루하게 느껴져 도중에 읽기를 그만두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비즈니스 메일의 경우 이유나 목적 등을 서두에 적는 버릇을 들여 불필요하게 길어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짧을수록 좋지만 어쩔 수 없이 길어지는 경우 마우스를 움직이지 않고 한 화면에서 볼 수 있을 만큼의 양이 적당하다. 요즘은 한눈에 길어 보이면 아예 읽지 않는 습성이 있다. 가능하면 1000자를 넘지 않는 선에서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000자의 양이 잘 와닿지 않는다면 신문 사설의 길이를 떠올리면 된다.
짧게 쓴다고 문장의 주요 성분을 빼먹거나 자신만 아는 소리로 적어놓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짧게 쓰되 상대가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게끔 쉬운 말로 작성해야 한다. 전문용어나 어려운 한자어를 사용하면 그만큼 이해하는 사람이 적어지므로 가능하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로 써야 한다. 속도의 시대, 축약의 시대에 어렵고 긴 글은 어울리지 않는다. 간결하면서도 쉬운 말로 작성된 것이 가장 효율적인 e-메일이다.
3. 가급적 자료를 첨부하지 마라
바쁜 세상에 자신과 관련이 적거나 크게 관심이 없는 첨부자료를 일일이 읽어볼 사람은 없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라고 느끼지 않는 한 첨부자료를 잘 열어 보지 않는다. 만약 본문의 내용도 짧지 않은데 또 첨부자료가 있다면 처음부터 부담스러워 아예 본문마저 읽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꼭 필요하지 않으면 자료를 첨부하지 말아야 한다. 자료를 첨부하는 경우 본문에는 중요 내용만 간결하게 담아 자연스럽게 첨부자료를 읽게끔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그 자료가 왜 필요한지, 왜 꼭 읽어야 하는지를 본문에서 밝히는 것이 좋다.
첨부된 자료를 읽어 보려 해도 그 프로그램이 없거나 버전이 맞지 않아 파일이 열리지 않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첨부하는 파일은 한글·훈민정음·워드·엑셀·PDF 문서 등 다양하지만 보내는 사람으로서는 받는 사람이 어떠한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상대의 컴퓨터에 그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 파일을 열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들어 있는 웹사이트 주소를 링크로 제공하는 것이 좋다.
4. 통신언어나 속어는 안 쓰는 게 상책
e-메일이 다소 가벼운 언어가 소통되기 쉬운 인터넷상의 글이라고 해서 통신언어나 속어를 함부로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동문님, 방가방가' 하는 식이다. 하지만 친밀하지 않은 사이에서 이런 언어는 금물이다. 잘 알지 못하는 사이에서 이런 말을 사용한다면 글 쓰는 사람의 정체성과 지적 수준이 낮게 평가되므로 전체적으로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두 개의 이모티콘 정도야 애교로 봐 줄 수도 있지만 'ㅎㅎ' 'ㅋㅋ' 'ㅠㅠ' 'ㄱㅅ(감사)' '~주삼' '~하샘' '~있슴다' '추카추카' '아냐세여' '므흣' '꾸벅' 등 인터넷상에서 흔히 오가는 채팅용어를 마구 써서는 안 된다. 이런 용어는 경박해 보임으로써 자신의 수준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일이므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날씨가 넘 조아' '어케 하란 말이야' 등처럼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축약해 쓰는 말이나 지나치게 구어체적인 표현도 피하는 것이 좋다.
인터넷상에서 많이 쓰는 통신언어뿐 아니라 '꼴통' '또라이' '아가리' '대가리' '상판대기' 등 일상 대화에서 가끔 사용되는 비속어나 은어도 가급적 쓰지 말아야 한다. e-메일이 인터넷상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평소에 쓰지 않던 언어를 쉽게 사용하고 무절제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5. 메일 주소를 철저하게 확인하라
메일을 보낼 때 주소를 잘못 입력해 메일이 아예 도착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무리 중요한 내용이고 잘 작성했다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제대로 도착하지 않으면 모두 허사다. 종종 기다리는 메일이 오지 않거나 메일을 보냈는데 못 보았느냐는 얘기를 듣곤 한다. 대부분 보내는 사람이 상대방의 주소를 올바르게 기재하지 못해 발생하는 일이다.
자주 메일을 보내는 상대의 주소는 따로 메모해 놓거나 메일함의 개인 주소록에 저장해 두고 그때그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직접 입력하는 경우에는 알파벳 하나만 틀려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으므로 발신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상대의 주소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전화로 메일 주소를 받아 적는 경우 잘못 기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소를 문자 메시지로 찍어 달라고 하는 것이 좋다.
받은 메일에 대한 답장을 보낼 때는 회신(Reply) 기능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하면 주소가 맞지 않아 잘못될 소지를 아예 없앨 수 있다. 다만 회신 기능을 이용해 보낼 경우 상대가 보낸 제목에 '회신'이라는 단어만 자동적으로 추가돼 전달되므로 제목을 다소 바꾸어 보내는 것이 성의가 있어 보인다.
상대에게 반드시 전달돼야 할 메일이라면 상대가 열어 보았는지를 알려 주는 기능을 설정해 놓은 뒤 확인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면 전송한 다음 상대에게 전화를 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 알리는 것이 더욱 확실한 방법이다.
효과적인 비즈니스 e-메일 작성법
e-메일은 주고받는 사람에 따라 개인과 개인, 기업과 직원, 기업과 고객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이 가운데 기업이 고객에게 보내는 메일이 비즈니스 메일이다. 비즈니스 메일은 소비자에게 기업 이미지를 홍보하거나 제품을 판매하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다른 메일과 작성하는 방법이 좀 다르다.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인 폴 솔토프(Paul Soltoff)가 밝힌 효과적인 비즈니스 e-메일 작성법을 소개한다(앞서 언급한 내용과 겹치는 것은 생략).
1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라(Be accurate) : 메일에서 제공한 통계 정보, 어떤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한 내용 등이 부풀린 것이거나 거짓 정보가 돼선 안 된다.
2 프레젠테이션할 때 쓰는 말을 참고하라(Mimic your verbal presentation) :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 프레젠테이션하는 경우 어떤 말을 사용했는지 곰곰이 기억해 보라.
3 서명란을 점검하라(Check your signature block) : e-메일 끝 부분에 들어갈 이름, 직위, 회사, 주소, 전화, 팩스, e-메일, 웹사이트 링크 등을 다시 한번 점검하라.
4 언제 보내는 게 좋을지 결정하라(Carefully choose when you actually send the mail) : 대부분 사람이 월요일 아침 쌓인 메일을 정리하므로 언제 보내는 게 좋을지 고민하라.
5 그래픽 이미지를 지혜롭게 사용하라(Use graphics wisely) : 핵심 메시지를 부각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이미지는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6 보내기 전에 반드시 테스트하라(Test) : 최종적으로 전송하기 전에 미리 테스트 메일을 보내라. 이미지가 깨져서 나오지는 않는지, 보내는 사람은 정확한지 등을 점검하라.
7 상세하고 완벽한 정보를 제공하라(Be complete) : 고객들은 직관적으로 결론을 내리기 쉽다. 그릇된 결론을 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세하고도 완벽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8 다른 사람들이 보내는 e-메일을 벤치마킹하라(Don't look like everyone else) : 경쟁자들이 보내는 메일을 수신하면서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지 분석하라.
9 문장 내용을 깔끔하게 다듬어라(Be clear) : 의외로 잘못된 문법, 잘못된 철자들이 자주 눈에 띈다. 논리적으로 어색한 문장도 적지 않다. 중요한 메일의 경우 글을 잘 쓰는 사람을 고용해 메시지를 작성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0 진실하라(Be genuine) : 진실한 사람이란 것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조금 과장되게 알리는 것이 단기적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나 고객 관계는 장기적 안목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11 고객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라(Put yourself in their shoes) : “오늘 매우 바쁘신 것을 잘 알기에 요점만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처럼 고객 상황을 이해한 메시지를 작성하라.
12 광고 냄새를 풍기지 말라(Write business e-mails as letters, not as ads) : 광고와 같은 인상을 심어줘선 안 된다. 일상적 메일 형태로 보내는 것이 효과가 높을 때도 있다.
13 메시지 작성에 시간을 들여라(Take your time) : 메시지를 작성한 후 하루 또는 이틀 동안 다듬어야 한다. 이 기간에 직장 동료 혹은 지인에게 보여 주고 조언을 구하라.
독자와 함께 만듭니다
뉴스클립은 시사뉴스를 바탕으로 만드는 지식 창고이자 상식 백과사전입니다. 뉴스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e-메일로 알려주십시오. 뉴스클립으로 만들어 드립니다. newsclip@joongang.co.kr
▶배상복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bsb2001/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