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MLB] 트라웃의 놀라운 2년차 시즌
최고인 데다, 귀엽기까지 하다 ⓒ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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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FA 시장에서 가장 많은 돈(4억8500만달러)을 쓴 팀인 LA 에인절스는, 이미 시즌을 포기한 상태다. 여기에 두 번째로 많이 쓴 디트로이트(4억1930만)와 지역 라이벌 LA 다저스(지난해 5월 이후 6억5000만)가 투자의 결실을 맺고 있는 점은, 에인절스에게 더 큰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2011년 에인절스는 경기당 평균 관중(3만9090명)에서 창단 후 처음으로 다저스(3만6236명)를 꺾었다. 하지만 올해는 3만7150명 대 4만5166명으로 다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고액 연봉자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에인절스는 그동안 유지했던 저가 정책을 포기했다. 하지만 시즌 티켓은 기대 만큼 많이 팔리지 않았고, 4년 연속 관중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에인절스가 더 우울한 것은, 올시즌 이후에도 앨버트 푸홀스(33)와 조시 해밀턴(32)에게 줘야 할 돈이 3억4400만달러(푸홀스 2억2800만, 해밀턴 1억1600만)나 더 남아 있다는 것이다. 안 아픈 곳이 없는 푸홀스는 OPS가 6년 연속으로 하락하며 .800선까지 무너졌고(.258 .330 .437 .767) 부진의 원인조차 알 수 없는 해밀턴(.221 .278 .405 .683)은 어쩌면 푸홀스보다도 심각한 상황이다. 한편 수술 후 시즌을 끝낼 것으로 보였던 푸홀스(17홈런 64타점)는 수술을 받지 않기로 했는데, 푸홀스는 시즌이 끝나기 전에 돌아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래가 더 암담한 에인절스의 우울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선수가 있다. 지난해 역사적인 데뷔를 이뤘으며, 올해도 역사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마이크 트라웃(22)이다. 5월22일 AL 역대 최연소(21세288일)로 히트포더사이클을 달성한 트라웃은, 8월8일 2년 연속으로 생일 자축포를 터뜨렸다(21번째 생일과 22번째 생일에 모두 홈런을 때려낸 선수는 트라웃이 역대 최초다).
120개부터 시작할 줄 알았건만 ⓒ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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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웃은 만 22세가 되기 전에 통산 50홈런-70도루를 기록한 역대 최초의 선수가 됐는데, 트라웃이 21세까지 기록한 WAR(17.5)는 멜 오트(17.9)에 이은 역대 2위에 해당된다(3위 타이 콥 15.7). 조정 OPS(166)에서는 테드 윌리엄스(161) 지미 팍스(157) 로저스 혼스비(155) 타이 콥(153) 등을 제치고 역대 1위에 오르기도 했다(2~9위는 모두 명예의 전당 선수들. 10위 켄 그리피 주니어도 입성이 확실시된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올해가 트라웃의 풀타임 2년차 시즌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2년차 징크스'는 '2년차 부진'(sophomore slump)으로 바꿔 불러야 한다. 2년차들의 부진은 알 수 없는 불운(jinx) 탓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고의 출발을 한 선수들까지 2년차 때 어김없이 고전하는 것은, 루키 시즌을 통해 그들의 장단점이 낱낱히 분석되기 때문이다(아예 데뷔 시즌의 후반기부터 고전이 시작되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이에 2년차 때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할 경우 롱런에 성공할 수 있지만, 극복하지 못하면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토드 홀랜스워스, 벤 그리브, 앙헬 베로아, 바비 크로스비 , 크리스 코글란 등). 그러나 트라웃은, 심지어 푸홀스조차 피하지 못한 2년차 부진을 전혀 겪지 않고 있으며, 브라이스 하퍼(20·워싱턴)와 더불어 오히려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푸홀스의 1,2,3년차 성적 변화
2001(21세) : .329 .403 .610 1.013
2002(22세) : .314 .394 .561 0.955
2003(23세) : .359 .439 .667 1.106
2001(21세) : .329 .403 .610 1.013
2002(22세) : .314 .394 .561 0.955
2003(23세) : .359 .439 .667 1.106
트라웃의 1,2년차 성적 변화
2012(20세) : .326 .399 .564 0.963
2013(21세) : .330 .425 .572 0.996
2012(20세) : .326 .399 .564 0.963
2013(21세) : .330 .425 .572 0.996
하퍼의 1,2년차 성적 변화
2012(19세) : .270 .340 .477 0.817
2013(20세) : .262 .359 .507 0.866
2012(19세) : .270 .340 .477 0.817
2013(20세) : .262 .359 .507 0.866
지난해 최연소 30홈런-30도루를 달성했던 트라웃은 다시 역대 2위 기록 작성이 가능한 상황(3위 알렉스 로드리게스, 4위 호세 칸세코). 현재 205안타 99볼넷 102타점, 28홈런 36도루 페이스인 트라웃이 200안타와 함께 100볼넷-100타점-30홈런까지도 성공하게 될 경우, 루 게릭(1927)과 지미 팍스(1932)가 24세 시즌에 기록한 역대 최연소 '200안타-100볼넷-100타점-30홈런' 기록을 3년 앞당기게 된다. 그리고 이 기록을 만들어낸 역대 17명(푸홀스의 이름은 없다) 중 그 누구도 '20도루'에 성공하지 못했다. 또한 트라웃은 현재 볼넷 1위(트라웃 71개, 카브레라 69개)와 안타 3위(카브레라 150개, 트라웃 147개)에 올라 있는 상황. 둘 다 1위를 차지하면 역대 5번째이자 AL에서는 1963년 칼 야스트렘스키 이후 처음으로, 한 해 안타와 볼넷에서 모두 리그 1위에 오른 선수가 된다.
과연 지난해보다 더 좋은 시즌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던 트라웃은, 무엇보다도 지난해보다 더 발전된 선구안을 보여주고 있다.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변화구 유인구에 방망이가 나오는 비율을 지난해 30.6%에서 올해 24.4%로 크게 줄인 덕분에 타석당 볼넷 비율은 10.5%에서 13.3%로 늘고, 삼진 비율은 21.8%에서 16.9%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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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트라웃은 낮은 공과 변화구에 강점을 보였다. 이에 스트라이크 존 절반 아래 공에 대한 OPS에서 메이저리그 1위(1.004), 체인지업 상대 OPS에서 버스터 포지(1.460)에 이은 2위(1.301)에 올랐다(슬라이더 1.068 ML 7위). 그에 비해 빠른공(.906)과 함께 특히 높은 공에 뚜렷한 약점을 보였는데, ESPN에 따르면 트라웃은 지난해에는 스트라이크 존 절반 위에 들어오는 공에 대한 타율이 .257로 규정타석 144명 중 108위에 그쳤지만, 올해는 .304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트라웃은 지난해 가장 큰 약점을 보였던 바깥쪽 높은 공(류현진은 트라웃과의 세 차례 승부에서 모두 이 코스로 결정구를 던졌다)의 타율을 지난해 .143에서 .273로 높였으며, 포수 쪽에서 봤을 때 'ㄱ 코스'로 들어온 공에 대한 타율을 지난해 .231에서 .376로 끌어올렸다.
트라웃이 놀라운 성장 비결은 타석에서의 태도에 있다. 트라웃은 지난 5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첫 타석에서 공을 최대한 많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야 나머지 타석들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짐 에파드 타격코치는 "다른 선수들도 그러한 접근법의 효과를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이런 태도를 취했을 때 트라웃 만큼 첫 타석 삼진을 당하지 않는 선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아마 에파드 코치가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던 한 마디는 "그는 천재니까요"였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트라웃은 첫 타석에서의 측정이 끝난 이후로는 상대 투수를 더 무섭게 몰아치고 있다.
트라웃의 타석별 변화(선발투수 상대시)
타석1 : .297 .372 .564 0.936 (삼진률 19.5%)
타석2 : .340 .416 .649 1.065 (삼진률 17.7%)
타석3 : .385 .435 .635 1.071 (삼진률 12.0%)
타석1 : .297 .372 .564 0.936 (삼진률 19.5%)
타석2 : .340 .416 .649 1.065 (삼진률 17.7%)
타석3 : .385 .435 .635 1.071 (삼진률 12.0%)
아메리칸리그 평균(선발투수 상대시)
타석1 : .255 .315 .406 0.720
타석2 : .261 .322 .423 0.745
타석3 : .270 .329 .429 0.758
타석1 : .255 .315 .406 0.720
타석2 : .261 .322 .423 0.745
타석3 : .270 .329 .429 0.758
푸홀스의 성적 변화(선발투수 상대시)
타석1 : .209 .293 .360 0.653 (삼진률 13.1%)
타석2 : .233 .286 .433 0.719 (삼진률 13.3%)
타석3 : .235 .312 .395 0.707 (삼진률 11.8%)
타석1 : .209 .293 .360 0.653 (삼진률 13.1%)
타석2 : .233 .286 .433 0.719 (삼진률 13.3%)
타석3 : .235 .312 .395 0.707 (삼진률 11.8%)
푸홀스와 해밀턴에게는 반전이 일어날 수 있을까.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에인절스에게는 과연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에인절스 팬들에게 한 가지 천만다행인 사실은, 꽤 길어질지도 모를 인고의 시간 동안, 그들의 곁을 트라웃이 지키고 있을 거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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