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ugust 7, 2012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고, 충만하고, 풍부하다- 박목월


박목월 (본명 : 박영종 朴泳鍾 1916.01.06~1978.03.24)이다.
경상북도 경주가 고향이며 아들'박동규(朴東奎, 서울대)' 교수가 있다. 1933년 동시 「통딱딱통딱딱」이 어린이 지에, 「제비맞이」가 신가정지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1950년 대에 시문학 발간했으며 한국문학가협회 별동대를 조직했다. 1957년 2월 한국시인협회 창립했으며, 1974년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지냈다. 1976년 한양대학교 문리대학 학장을 지냈다.






기자: 송아지~송아지~얼룩 송아지~엄마 소도 얼룩소~엄마 닮았네~
우리에게 익숙한 ‘얼룩 송아지’라는 이 동요가, 사실은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그리는 한 편의 시(詩)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한국이 낳은 대표적인 서정 시인, 박목월 선생님을 만나보는 시간입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박목월: 안녕하세요, 갓피아 여러분.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조금 쑥스럽기도 하네요.



Q1. 선생님의 어린 시절이 궁금해요. 왠지 감수성이 굉장히 풍부한 소년이셨을 것 같아요.





A1. 저는 말 그대로 ‘산골소년’ 이었습니다(웃음). 그러나 산골소년, 하면 흔히 떠오르는 장난기 많고 개구진 모습의 시커먼 사내아이라기보다는, 독실한 기독교인인 할머니와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수줍음 많은 아이였어요. 다른 아이들이 산기슭을 뛰어다니며 놀 때, 저는 어머니 치맛자락을 잡고 함께 교회에 가는 편을 택했죠.
이 때 교회에 다니며 형성된 기독교적 가치관과,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놀지 못하는 내성적인 아들을 야단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품어주신 어머니에 대한 푸근한 기억은 이후 제 작품 활동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됩니다.


Q2. 모태신앙이셨군요? 선생님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은 처음 안 것 같아요?


A2.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굉장히 수줍음이 많은 아이였습니다(웃음). 게다가 할머니와 어머니는 굉장히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셨지만 여자가 선교를 나간다거나, 기타 교회 활동을 활발히 한다는 것이, 그 당시 제가 살던 시골 동네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교회는 그저 아낙네들이 ‘치성’을 드리러 가는 서양식 사당 정도였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이미 초등학교 6학년 때 세례를 받은 정식 기독교인입니다. 학교 들어가서 만난 첫사랑을 위해 새벽기도 가시는 어머니를 부지런히 따라가 그 아이를 위해 기도한, 어찌보면 아주 순전한 기독교인이죠(웃음).
자라면서 저의 신앙 정체성에 대해 의문이 생긴 적이 한 번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15살이 되기도 전에 세례를 준 우리 교회는 대체 어떤 교회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그 때는 그저 교회 다니는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몰아서 나이도 따지지 않고 세례를 준 것 같습니다. 어찌되었든 저는 주일마다 교회도 열심히 다니고, 세례도 받은 정식 기독교인인 셈이죠. 하하하.



Q3. 상당히 어린 나이에 문단에 데뷔하셨다고 들었어요.





A3. 중학교 3학년 때 <통딱딱 통딱딱>이라는 동시가 어린이 잡지 독자 투고란에 당선되었고, <제비맞이>라는 시가 또 당선되었습니다. 뭐, 이 때는 시인으로 데뷔한 것이 아니라 동요 작가로 데뷔했다고 보는 것이 더 맞겠군요. 어쨌든 중학생이라는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에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공상에 잠겨 틈 날 때 마다 시를 썼던 기억이 나는군요(웃음).



Q4. 선생님의 시는 마치 노래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역시 동요 작가라는 경력이 있으셨군요! 동시를 쓰면서 특별히 염두에 두신 것이 있나요?





A4. 저는 어머니와 할머니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성경 말씀을 접했어요. 또한 자연으로 둘러싸인 시골에 살았기 때문에 옆집 소와 송아지, 산에 사는 산새, 물에 사는 물새를 보면서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자연 속에서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죠.
어린이의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은 성경의 내용을 보여주는 산 교재들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얼룩 송아지>라는 시에서는 ‘엄마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라는 구절에서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본 하나님의 창조의 신비를 엿볼 수 있죠.
평범 속에서 느껴지는 신비로움을 간직한 어린이의 눈, 바로 제가 어린 시절 경험한 신앙 생활의 결과로 얻어진 시각입니다. 만일 동시를 쓰며 염두에 둔 것이 있다면 이것을 많은 어린이들과 나누고 싶다는 사실입니다.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엄마 소도 얼룩 소 엄마 닮았네.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 귀도 얼룩 귀 귀가 닮았네.
<얼룩 송아지> 전문




Q5. 선생님은 다작(多作)의 시인으로도 알려져 있으시잖아요, 시의 소재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A5. 앞에 말씀 드린 중학교 3학년 시절에 당선된 시를 비롯하여 제가 쓴 시는 대부분 고향과 어머니에 관한 기억의 일부입니다. 언제든 따뜻하게 나를 맞아주는 어머니와 집, 그리고 그 곳에 있었던 날들에 대한 추억들이 하나도 잊혀지지 않고 고스란히 제 기억 속에 녹아 있거든요. 언제든 꺼내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을 한아름 갖고 산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입니다.



Q6. ‘한국을 대표하는 서정시인’이라고 불리시는데요, 서정시를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6. 서정시에 있어서는 모든 사물들이 ‘제자리에 놓여’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이른바 서정적 질서는 모든 사물들이 소리 없이 제자리에 잘 놓여 있는 가운데 생명적 교감을 할 때 발생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제가 평화를 사랑하고, 고요한 가운데서 시를 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서정 시인이라고 불린다기 보다는, 저의 시 밑바탕에는 어릴 적 고향에서의 행복했던 체험이 깔려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머니를 중심으로 모든 사물들이 행복하게 내밀한 생명적 교감을 느끼는 삶을 체험했는데, 그 체험이 저를 평생 동안 지탱하게 한 거죠. 평화로운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남아있는 한, 저는 계속 서정시를 쓰는 서정시인으로 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웃음).






다정하게 포개진 접시들
윤나는 남비
방마다 불이 켜지고
제자리에 놓인 포근한 의자
안락의자. 어머니가 계시는 집안에는
빛나는 유리창과 차옥차옥 챙겨진 내의.
새하얀 베갯잇에 네 잎 크로우버.
아늑하고 그득했다.
<가정> 전문



Q7. 박목월 선생님이 어린 시절부터 만난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A7. 제가 만난 하나님은, 제 어린 시절 기억의 어머니 같은 분이시자, 저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원천입니다. 밥뿐 만이 아니라 영의 양식으로 우리를 먹이시고 배부르게 하시는 분, 또 한 편으로는 일체의 행동 없이 은밀히 움직이시지만 그 존재 자체로서 가득함을 느끼게 하는, 따뜻하고도 신비로운 분입니다.
저는 체계적으로 성경이나 신학을 배운 적은 없지만, 제가 시를 쓰며 느끼는 하나님은 지상과 천상의 경계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종교적 상상력으로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는 분입니다. 하나님을 생각하면 고요하며 맑고 담담한 시간과, 지상의 모든 시간과 공간을 비움으로써 ‘심령의 새 하늘’을 여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죠.






담담한 하루를 보낸다. 여한없는 공백을.
조용히 개이는 나의 심령의 새 하늘.
침묵으로 평생한, 나의 세계를,
모래로 흘러내리는 생명의 율감
<삼월 모일> 전반부





기자: 한국 근현대시의 대표 시인인 박목월 선생님과의 만남이었습니다. 문학이나 신학이 결코 특정 교파나 학파의 목적으로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 신앙의 도구로서 평화의 완성을 향한 인간의 노래임을 깨닫게 되는 가슴 고요한 시간이었습니다. 함께해주신 박목월 선생님, 감사합니다.

참고도서 : 박목월 시에 나타난 모성 하나님/ 김윤환 지음/ 열린 출판사
이미지출처 : 동리목월문학관

퍼온글 http://knowledge.godpia.com/sub03/sub_3_1.asp?reg_no=M201207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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